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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4일(토)~16일(일)에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목적부터가 지인들 만나고 서울에서 만난 밥 먹는거라 '그 사이의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무난한 안이, 마침 그 때 개봉한 '너의 이름은.'을 감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압구정에서 화곡 가는 중간에 목동에서 시간 떼우자고 보기 시작한게 4회차의 결과로 끝날 줄이야...

떡밥이나 비평에 관해서는 다른 평론가들이나 블로거들이 더 잘 써놨을테니, 저는 그냥 순전히 감상만 써넣으렵니다.

어차피 저는 4번 밖에 안봐서 순간적인 요소들은 잘 놓쳐요.

기껏 스스로 찾아낸게 아이폰의 차이입니다.

작품 자체보다도 거기 얽힌 일화가 더 많을듯.


1월 14일(토)

-메가박스 목동 M2관, 14시 35분

울산에서 9시 반에 SRT로 출발해서, 수서에 11시 30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타본 SRT는 KTX보다 좌석간격이 넓고 편하네, 근데 산천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서울 변두리인 수서로 가니까, 앞으로 자주 이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수서역도 딱히 서울의 입구라는 인상이 들지는 않고요.

수서에서 논현동까지 가서 평양면옥 평양냉면과 만두를 맛있게 먹고, 미리 예매해둔 목동 메가박스로 갔습니다.

하필 왜 목동을 택했냐면, 목동에 메가박스의 자랑인 M2관이 있고, 저도 코엑스 M2관을 많이 찾았기 때문에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러면 코엑스에 가도 되겠지만, 화곡에 약속이 잡혀있는지라 그 근처의 지역을 잡는게 좋겠다 생각해서 목동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살면서 처음 목동으로 가보는 건데, 아파트가 많았고, 그러면서도 SBS나 CBS같은 방송국, 아이스링크나 야구장 같은 체육시설에 있는게 참 특이했습니다.

오목교에서도 한 5~10분정도 걸어가야하는지라, 상영시간에 맞출수 있을지도 두려웠죠.

목동의 지역백화점인 행복한 백화점에 겨우 도착해서, 에스컬레이터 타고 간신히 광고 끝날 쯤에 입장에 성공했습니다.


목동 M2관은 개인적으로 코엑스 M2관보다는 별로였습니다.

위치 때문인지, 주변 분위기 때문인지, 디자인 때문인지, 저에게는 코엑스가 더 맞는듯 합니다.

일단 첫 회차이기 때문에 스토리와 인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지라, 디테일한 부분은 많이 못봤습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보았을 뿐이고요.

그래서 그런지, 이후의 회차보다는 감동이 덜했습니다. 충분히 재미 있었지만은, 아직 이해가 안간다고 해야하나.

SRT 안에서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왔기 때문에, 아직 그 잔상이 더 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초반부는 어찌보면 여태까지 보던 보통의 일본 애니메이션 같아서 이걸로 한국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을까도 생각했고요.

그래도 RADWIMPS의 노래들, 아름다운 비주얼, 그리고 수많은 대사들과 그 캐릭터들이 다가온 것 만으로도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었던 1회차였습니다.

화곡에서 지인과 초속 5센티미터, 그리고 이 작품에 관해 나눈 대화도 재미있었고요.


1월 15일(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15관, 8시 00분

15일은 특별한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이 날만 클리어 파일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나머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물량에 비해 관객이 많이 안와서 심지어 밤에 가도 여유있게 얻을 수 있는 정도지만, 이 경우에는 다릅니다.

관객이 이때 이미 200만을 넘을 때 쯤이라, 진짜로 낮시간대면 물량이 동이 날 것 같았거든요.

이 작품의 진정한 매니아분들은 아예 3대 영화관을 오전시간대에 모두 돌아서 3종류 모두 얻던데,

저는 중간에 약속이 있는 것도 있고, 하루에 영화 같은거를 3편 연속 몰아서 보기는 좀 부담된다고 생각해서 (지금 생각해보니 후회되지만) 

이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두 가지인 CGV와 롯데시네마를 택하였습니다.

메가박스를 제일 자주가는 편이지만, 오프닝보다는 역시 카타와레도키의 장면이 좋잖아요.


고려대역에서 잠실까지 가는 시간은 의외로 30분정도밖에 안되서, 7시 20분에 출발했습니다.

잠실에도 7시 55분쯤에 도착했고, 롯데월드타워에도 무난...히 입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첫장면을 지나치고 오프닝부터에서야 볼 수 있었습니다.

8시면 아직 롯데월드타워도 개장하기 전이라, 영화관 입구를 따로 찾느라 10분정도 해메고, 또 거기까지 올라가서 표를 사느라 또 시간을 까먹었네요.

메가박스 코엑스보다도 큰, 거대한 영화관일줄이야, 롯데시네마에서 그렇게 강조할 만한 이유가 있네요.

이건 영화관이 아니라 거의 영화 궁전. 이렇게 큰 영화관도 전국에 없을겁니다.


이번 회차는 전 회에서 스토리에 관해서는 파악이 되었으니, 구조적인 요소에서 좀더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번역의 괴악함은 점점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고요.

특히 '카타와레토키'와 '쿠치카미사케'의 번역은 왜그리 오락가락 하는 건지. 

BD에서는 수정되면 좋겠네요.

그것만 제외하면, 다시 감상해보니, 여기서는 왜 그래야했던건지, 왜 그런건지, 등 처음 볼 때 이해 안 가는 요소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해가 좀더 잘 되니, 감상도 더 잘되고, 그 덕분에 더 감동이 오더군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15관이 감상에 좋은 환경이기도 했고요.

특히 카타와레토키 신부터는 쉼없이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

처음 볼 때와는 달리 눈시울까지 붉어지더군요.

하지만 이름 아침이라서 피곤했던지라 살짝 몽롱했던게...


관람이 끝날 때 쯤, 나가는 문에서 일괄적으로 클리어 파일을 증정하더군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클리어 파일 어택하는 분들에게는 마의 코스일지도요.

사실 영화관마다 죄다 지급 방식이 다르니까 파악하기가 힘든것도 있고요.


영화관에서 내려갈 때 창문에서 비치는 아름다운 한강 풍경, 그 아래에는 '콘티 전시전'이 있었습니다.

미츠하 편이었고, 타키 편은 어딘가에 따로 진행되고 있었을 겁니다.

배급사인 메가박스도 아니고 롯데시네마에서 이걸 진행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어차피 이 시간에 나온 사람들이 거의 다 너의 이름은.을 조조로 보고 온 사람들이라 사람들이 많이 몰리더군요.

사진으로 한번씩 찍고(역광이라서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코엑스에서 너의 이름은. 콤보 구입하고 (팝콘 다 먹었습니다, 어차피 음료수랑 팝콘 통이 평범한 버전이었기 때문에.), 약속이 있는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CGV 대학로 3관, 13시 30분

포토티켓에 쓴 이미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입니다.


대학로와 그 다음에 광나루 쪽에 있던 약속 사이에는.... 역시나 너의 이름은이 또 있었습니다.

CGV 대학로에 예매를 해놓았고, CGV만 가능한 포토티켓도 신청해두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휴학 할 때에 CGV 대학로에 다니는 것 같습니다.

고급 영화관인 M2관도 아니고, 대형스크린도 아닌 일반관은 사실 처음이지요.

약속 마치고 CGV 매표소에서 클리어 파일 받고, 포토티켓 출력하고 입장했습니다.

여기가 구조가 괴상해서 5층에서 표 출력하고 지하에서 봐야하는 그런 구조입니다.

분위기는 대학로 '예술극장'임을 강조하려는지 골목 예술촌 같은 분위기더군요.


3회차는 대학로라서 그런지, 커플이 많이 왔고, 영화관도 작아서 그런지 사람이 가득 찬 환경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혼모노라고 불릴 사람들은 한 명도 없었고, 가장 일반적인 반응을 느끼기도 좋은 기회였습니다.

모두가 이런 반응을 할 거다고 생각한 때에 생각하던 반응이 나왔습니다.

웃고, 탄식하고, 감동하고.

이 분위기에 동화되어서, 어떻게 보면 가장 재밌게 본 회차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애요.

일본어를 어느정도 배우기는 했으니, 자막에서 가르쳐주지 않지만,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을 알아내기도 했고요.

이토모리정장의 행적을 알려주는 부분이라던가요.

보면 볼수록 더 알아간다는 느낌이에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3번이나 볼 일도 없으니까요.

아 이정도면, 충분했다고도 생각했지요.

하지만, U-H님이 올려주신 감상포인트를 보고나니, 다음 날은 디테일에 집중해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게되었습니다.


1월 16일(월)

-CGV 홍대 4관, 15시 40분

포토티켓에 쓴 이미지. 보기 전과 본 후의 생각이 확연히 달라지는 이미지입니다.


김포공항에서 저녁 비행기를 타야하기에,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면 금방 갈 수 있는 홍대입구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근데 저녁 먹기 전에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했더니... 또 결론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클리어파일도 안주고 영화관도 CGV랑 롯데시네마밖에 없으니, 포토티켓 되는 CGV 홍대로 했습니다.

사실 롯데시네마 홍대는 사이코패스 상영할 때 갔다왔고, 먼저 예약하기도 했지만, 포토티켓 때문에 예약을 현장에서 취소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요즘 보기 힘든 너의 이름은. 팜플렛이 있길래 가져갔습니다.

북새통이랑 한양툰크에서 만화책 좀 보다가 (의외로 19금 만화가 정발이 많이 되었더군요) CGV로 향했습니다.

대학로가 골목길 같은 분위기라면, 홍대는 공장 같은 분위기. 컨셉은 잘 잡았네요.


네번째 감상은, 이미 볼 만큼 봤다고 생각하기에, 장치나 디테일적 요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디테일이란게 생각보다 빨리 넘어가는지라, 오히려 디테일을 찾는다면서 정작 영상이라던가 스토리에 집중하지 못하였습니다.

가장 감동이 적었던 회차였습니다. 슬프게도.

많이 보다보면 저절로 눈에 띄겠지만, 인제야 디테일을 알고 나서 한 회차만에 파악하려니까 힘든겁니다.

디테일은 나중에 BD등이 나왔을 때 여유있게 발견하고, 다음에는 다시 영화 가는대로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게 극장에서 본 마지막 회차...


그후로 너의 이름은 뽕에 차서 한 15만원을 날렸나...

RADWIMPS 앨범을 사고, 퍼즐을 사고, 신카이 마코토 소설을 사고, 팜플렛을 사고...

물론 내가 악착같이 모아서 쓰는 돈이기는 하지만, 이러면 여행을 어떻게 가냐... 고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