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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일 : 2017년 4월 3일

촬영 : Fujifilm X-T10 + XF 35mm F2


어차피 생활관에서는 야간에 할만한 것이 TV보는 것 외에는 잘 없는 것이 현실이죠.

그래서 수요일 밤에는 늘 수요미식회를 보는데 단골식당이 나오는 편이었나, 황교익 씨와 이현우 씨가 자주 다닌다는 술집이 있다는 겁니다.

박찬일 주방장이라는 이름난 이탈리안 셰프가 하는 술집이고 닭고기에 라이스페이퍼가 붙어져 튀겨 나오는 '박찬일식 닭튀김'이 정말 특이하면서도 맛있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그 가게의 이름이 '로칸다 몽로'라는 것을 알고 이 가게가 합정에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러나 대학로에서는 홍대가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기에 '로칸다 몽로'는 드나들기 쉬운 곳은 아니지요.

위치도 그렇지만 가격대도 쎄요.

닭튀김 몇조각이 2만원을 넘고 스파게티도 1만원대 후반이라니 엄두가 안 나거든요.

다행히도(?) 대학로에서 가까운 지역인 광화문에 '광화문 몽로'라는 분점이 개점하고, 점심시간대엔 런치가격을 받는다고 하기에 좋다고 가보기로 했습니다.

여기 근처에 박찬일 주방장이 '광화문 국밥'이라는 국밥집도 개장하여 저녁에 가보려고 하였으나 이미 고기가 다 떨어졌다고 하여 아쉽게 발길을 옮겨야했지요.


식당 간판입니다.

간판이 철근콘크리트소재이기는 한데 일부러 낡은 티를 내기 위해 철근을 그대로 노출시켰어요.

간판 모양은 이쁘게 나왔고, '광화문'의 붓글씨 폰트와 '몽로'의 펜글씨 폰트가 혼재되어 있네요.

뒤에는 '광화문 국밥'이 있는 오양수산 건물이 있네요. 아 이젠 사조수산인가. 


좀더 화각을 넓게 해서.

야외에서 먹을 수 있는 테라스석이 마련되어 있지만 안에 공간이 많아서인지 미세먼지가 많아서인지 밖에서 먹는 사람들은 없더군요.

가게 입구는, 옆으로 나열된 유리창과 달리 아무것도 안 써져있는 묵직한 나무문이라서, 순간 제대로 들어가는 게 맞는지 착각이 들더군요.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직장인들 또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평일 낮시간대라서 그런지 저같이 길 걸어가다가 혼자서 온 사람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점심 같이하러 나온 사람들.

여기서도 혼밥족은 웁니다.


다행히도 인테리어에 있어 혼밥족이 증가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건지, 바 석이 있더군요.

점원이 바 석으로 안내해줬는데.... 저 혼자밖에 없더군요.

상단의 메뉴는 런치가격입니다.

여기서 만원대 초반인 메뉴들이 저녁에는 만원대 후반이 됩니다.

그래서 이 시간대를 노렸던 것이지요.

원래는 '박찬일식 닭튀김'을 먹으려고 하였지만, 런치 타임에도 19,0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기에,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하고 이 중에서 안 먹어보기도 했고, 파스타 중에서는 가장 싼 메뉴인 '명란 스파게티'를 주문하기로 결정. 12,000원.


바 위에는 레트로한 노란 전구가 별도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진짜 요즘은 보기 힘든 백열전구입니다. 필라멘트도 그대로 보여요.

그 위에는 유리잔들이 가득한 데, 실제로 바는 그릇과 컵을 씻는 장소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입니다.


컵이 더 잘 보이게 한 컷.

위에는 별도로 형광등 조명과 철망으로 이루어진 천장이 있습니다.

유리잔이 올라간 선반은 보시듯이 천장에 걸린 구조이죠.


이번에는 테이블쪽.

최단거리 문제 때문에 위치가 좀 애매해졌지만, 쌓아져있는 냅킨에 포커스해서 촬영할 수 있었기에 만족.

냅킨을 코일 형태로 쌓아 올렸네요.

앞에서 말했던 대로, 바는 세척장소를 둘러싼 구조이죠.

식사공간이 철망을 경계로 갈라져있고, 와인 코너도 보이네요.


물잔과 작은 접시, 스푼과 포크가 나옵니다.

스푼과 포크는 겹쳐져서 나왔습니다.

물은 그냥 평범한 물.


명란 스파게티.

흔히 알고 있는 명란크림오일스파게티가 맞으며, 이름에 걸맞게 오일 베이스에 명란크림이 수북히 올라와 있습니다.

야채들은 자잘하게 들어갔고요, 거의 파스타면과 명란크림이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스파게티입니다.

플레이팅이 잘 되었습니다.

노란 빛이 감도는게, 백열전구의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이네요.


클로즈업. 명란, 면, 당근, 파슬리, 양파, 파 등이 보입니다.

요리에는 그닥 조예가 있지 않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파스타와 곁들여져 나오는 반찬은 피클이라고 해야하나, 동양식 절임반찬이라고 해야하나.

절인 무와 무청이 나오던데, 마치 일본식 돈까스집에서 밥과 곁들여먹는 츠케모노 같더군요.

명란스파케티가 일본에서 어레인지된 파스타임을 생각해보면, 피클보다는 츠케모노 쪽이 더 적절하겠지요.

실제로 먹고 입가심하기에 좋더군요.


조금 먹다가 한 컷. 

명란이 정말 많이 들어갔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명란 많이 먹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

면을 다 먹고 나서도 명란이 남아서 아예 막판에는 스푼으로 퍼먹기까지 했다니까요.


그래도 이왕 처음으로 제대로된 파스타집에 가본거, 집에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대충 포크나 젓가락으로 마는 것보다는 어디서 들은 대로 스푼 위에 포크를 돌려서 먹는게 좋겠지요.

이렇게 한 입 먹어보니, 먹자마자 감탄했습니다.

감히 인생 파스타라고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살면서 봉골레, 까르보나라, 토마토 스파게티는 먹어봤지만 오일 스파게티, 그것도 해산물을 주제로한 명란 오일 스파게티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명란의 크리미함은 물론 기대했지만, 반대로 오일의 느끼함과 명란의 비린맛에 대해 약간 두려워하기도 하였고요.

하지만 두려움과는 달리, 여기의 명란 스파게티는 오일의 고소함과 풍부함, 명란의 크리미함과 향긋함, 그리고 알과 면의 식감의 잔치였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비린맛도, 느끼함도 잘 느껴지지 않았고(이건 츠케모노를 계속 먹어댄 것도 있지만), 양도 보이는 것과 달리 많은 편인지라 점심식사로도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면이 줄어들어도 명란크림은 충분하기에 접시위에 남은 명란크림을 면이랑 스푼으로 싹싹 비우기까지 했지요.

정말 맛있게 먹어서, 런치에 이 정도로 먹는 것은 행복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니까요.

12,000원의 가치는 충분하고, 저녁의 19,000원도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돈만 있다면 먹으러 갈 가치는 있다고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여기 가면, 여럿이서 파스타에, 맥주에, 박찬일식 닭튀김에, 여러가지 시켜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총평

4.5/5.0 인생 스파게티. 하지만 저녁에 가면 지갑에 조금 부담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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